지난 10일 밤 방송된 KBS 1TV ‘가요무대’의 첫 무대를 장식한 건 배우 박보검과 가수 겸 배우 아이유였다. 두 사람은 1970년대 교복 차림으로 등장해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열창했다.
아이유와 박보검이 ‘가요무대’에 출연한 건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홍보를 위해서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이 연기한 인물인 애순과 관식은 1940년대생이다. 작품엔 ‘가요무대’를 즐겨보는 어르신들이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배경이 등장한다. 젊은 세대와 노년층을 아우르는 드라마의 타깃에 맞는 홍보 전략을 짠 것이다.
극장, TV,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다. 시청자와 관객 입장에선 골라보는 재미가 있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한 콘텐츠 업계의 분투는 눈물겹다. 업계는 TV 예능 프로그램 한 두 군데에 출연해 작품을 알리던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을 버리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화계는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감독과 배우들의 무대인사다. 무대인사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최근엔 횟수와 방식 면에서 과거와 차별화된다. 특히 팬덤을 보유한 배우들의 경우 무대인사와 현장 팬 서비스는 영화 흥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추석 연휴 개봉한 ‘베테랑2’는 ‘개봉 후 6주간 무대 인사 330회’라는 기록을 세웠다. 류승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정해인, 장윤주, 정만식 등은 전국 각지의 극장을 돌아다니면서 관객들을 만나 750만 관객수를 이끌어냈다.
주연 배우들은 TV와 유튜브 예능뿐만 아니라 예상을 벗어나는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과 정해인은 주부들이 주 시청자층인 KBS ‘아침마당’에 함께 출연하고, 정해인은 MBC ‘생방송 행복드림 나눔로또 6/45’에 깜짝 출연해 로또 추첨에도 나섰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길 꺼리던 배우들도 작품의 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추세다. 배우 송혜교는 영화 ‘검은 수녀들’의 홍보를 위해 지난 연말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23년 만에 토크쇼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미키 17’의 봉준호 감독과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나영석 PD의 유튜브 예능 ‘채널 십오야’ 등에 출연하며 영화 홍보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코미디 영화 ‘아마존 활명수’는 주연 배우인 진선규와 이순원이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서 시민들과 플로깅 이벤트를 진행했다. 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플로깅으로 아마존 환경 보호에 손을 보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콘텐츠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눈이 더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인가’는 더욱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럴 마케팅이 대표적인 방법”이라며 “대중이 거리감을 느꼈던 배우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나 작품 이야기를 풀어내며 친근하게 다가가고, 재미있는 밈이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게 작품성 못지않게 중요해진 시대”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