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는 달아나고 中은 쫓아오고… 삼성 파운드리 ‘사면초가’

입력 2025-03-12 00:11
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8%대로 내려앉았다. 공고하게 1위를 지키고 있는 대만 TSMC와 격차가 점점 커지는 데다 3위인 중국 SMIC와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위 자리마저 지키기 어려워지면서 내부 경영진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7.1%로 전 분기 대비 2.4%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9.1%에서 8.1%로 1% 포인트 하락했다. 3위인 SMIC의 점유율 5.5%와 삼성전자를 비교하면 2.6%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AI) 서버, 플래그십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새로운 PC 플랫폼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TSMC의 웨이퍼 출하량이 증가했다”며 “삼성전자는 신규 고객사의 매출이 기존 주요 고객사의 주문 손실을 완전히 만회하지 못해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세계 1위를 선언했던 2019년 19%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당시 48%였던 TSMC 점유율은 점차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TSMC의 올해 매출은 견고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TSMC 2월 매출액은 2600억 대만달러(약 11조4900억원)로, 지난해보다 43.1% 증가했다. 시장은 TSMC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가 격차를 벌리는 동안 중국 SMIC는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키웠다. SMIC는 지난해 매출 80억3000만 달러(약 11조6000억원)를 기록하며 점유율 3위에 올라섰다. SMIC는 미국 제재에도 자체 기술력을 키워왔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도 7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했고, 최근에는 5나노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도 협력을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전 TSMC에 반도체를 위탁 생산했는데,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물량을 SMIC로 옮겨갔다.

대만과 중국 기업 사이에 낀 삼성전자는 자체 경영진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조 단위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시스템LSI 사업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경영진단이 마무리되면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이 뒤이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사업부 신입사원도 뽑지 않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TSMC의 ‘1강’ 체제가 더욱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삼성 파운드리 위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내부적으로 경영진단 등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