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AI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의 시청 패턴을 기억해뒀던 TV가 해외 축구 중계 채널을 추천해준다. 외국어로 대화하는 배우의 음성을 인공지능(AI)이 번역해 실시간으로 한국어 자막을 띄워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달 중 AI 기능을 한층 강화한 TV 신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한다. 리모컨 버튼을 통해 AI 활용은 간편해졌고 AI 업스케일링을 활용해 화질과 음성은 더욱 선명해졌다.
LG전자는 11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18일 국내 출시를 앞둔 2025년형 올레드(OLED)·QNED TV 신모델을 소개했다. 사용자가 리모컨 AI 버튼을 눌러 TV를 키면 사용자의 이력을 분석해두었던 AI가 시작 화면에서 검색 키워드와 콘텐츠를 추천한다. 맞춤 콘텐츠·화질 설정이 저장돼있는 개인 계정으로의 이동도 간편하다. AI가 사용자의 목소리를 구분해 자연스럽게 안내하기 때문이다. 새로 탑재한 AI 에이전트(비서)는 질문의 맥락을 이해해 그동안 TV가 답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답한다. “실화 기반의 한국 범죄 영화를 추천해 줘”라고 말하면 실미도,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를 추천하는 식이다.
신형 TV에는 화질 향상을 위한 신기술도 적용했다. 올레드(OLED) 전용 화질·음질 AI 프로세서 알파11는 TV 화면을 픽셀 단위로 세분화해 화질을 업스케일링(향상)한다. 맞춤 화질 설정 시에는 여러 옵션을 동시에 화면에 띄워 사용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화질을 쉽게 고를 수 있다.
화면과 셋톱박스를 무선으로 연결해 더욱 깔끔한 집안 인테리어를 가능하게 만드는 무선 AV 솔루션도 업그레이드했다. 4K·144Hz 영상을 손실 없이 전송하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적용했다. 별다른 장애물이 없다면 화면으로부터 10m 이내 어디에 셋톱박스를 두더라도 지연 없이 최신 사양 게임과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12일부터 2025년형 네오(Neo) QLED·OLED TV의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새 모델은 외국어 음성을 실시간 번역하는 자막 기능부터 집안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해 알람을 보내는 ‘홈 모니터링’까지 신규 AI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리모컨의 AI 버튼을 누르면 ‘클릭 투 서치’ 기능이 실행돼 시청하고 있는 콘텐츠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등장 인물과 같은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제품 구매 고객에게는 유명 미술관과 아티스트의 예술 작품을 고화질로 즐길 수 있는 ‘삼성 아트 스토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 업체들은 AI를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칠 핵심 기능으로 꼽고 있다. LG전자의 TV 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백선필 상무는 “중국 업체들이 패널 경쟁력을 급격하게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시장에서 독자 운영체제(OS)를 갖추지 못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떨어진다”며 “경쟁 업체 중 최다인 23개 언어를 음성 인식해 AI 기능을 제공하는 LG의 프리미엄 TV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