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백악관 파국’ 후 사우디서 대화 재개

입력 2025-03-11 18:44
우크라이나와의 고위급 회담 참석차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면담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파국으로 끝난 백악관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나 종전 협상을 위한 접점 확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가 광물협정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으로부터 지원 재개와 덜 불리한 조건의 종전 논의를 약속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미국 협상단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중심의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10일 제다에 도착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제다를 찾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서 “미국과의 대화에서 우리의 입장은 건설적일 것”이라며 “실질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제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됐다는 강한 인식”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도 2014년 당시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긴 2014년 전 영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다.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과 함께 회담에 참여하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주 미국을 재방문해 광물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이번 고위급 회담은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대충돌로 끝난 지 11일 만에 성사됐다. 미국은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권 관련 협정을,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미사일 공격과 흑해 작전을 멈추는 대신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 중단을 해제해 달라는 ‘부분 휴전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