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배터리 재고에 광물 가격은 추락… 바닥 모르는 이차전지 업황 회복 언제쯤

입력 2025-03-12 00:47

올해 들어 중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재고가 증가하고,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의 추가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침체와 맞물린 광물 가격 내림세는 제품 판매 가격 하락, 재고 평가손실 등으로 이어져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을 저해한다.

11일 시장조사 기관 윈드(WIND)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 가운데 재고가 차지하는 비중(재고 비율)은 지난 1월 54%를 기록했다. 윈드가 재고 비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22년 6월 이후 월간 최고치다. 지난 2023년 1월 15%, 2024년 1월 38%에 비해 재고 비율이 급격히 치솟았다. 지난 1월 중국 내 배터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65% 늘어났는데 장착량 및 수출량은 23% 증가에 그친 결과다.


중국 내 남아도는 배터리 증가는 ‘밀어내기’ 수출 심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재고를 브라질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에 싼값에 수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 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 반면 한국 배터리 셀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계속 쪼그라드는 중이다.

배터리 광물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진 점도 업황 회복에 악재다. 지난해 리튬 가격 추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광산 업체들이 올해 리튬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던 시장의 예측과 달리 증산을 이어가고 있다. 리튬 수요의 약 90%를 차지하는 전기차 산업의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리튬 공급마저 계속 늘면 광물 가격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국 지질학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순수 리튬 생산량은 24만t으로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 CATL은 지난해 9월 중단했던 중국 장시성 리튬 광산 채굴을 4개월 만에 재개했다. 리튬은 전기차 시장의 개화와 함께 ‘하얀 석유’로 불리며 지난 2022년 11월 가격이 ㎏당 581위안까지 올랐다. 그러나 업황 악화가 가시화한 2023년부터 가격이 급락해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70위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 (리튬 광산) 재가동을 결정했다는 것은 이 정도 가격이라면 배터리 생산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공급 축소로 인한 리튬 가격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 재고 상황과 글로벌 리튬 공급 현황을 따져 보면 이차전지 업황 회복 기대감은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