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네이버·카카오가 수익모델 구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섣불리 주요 서비스에 대한 유료화에 나설 경우 소비자 반발로 인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거 정보기술(IT) 전환을 주도했던 이메일 시장에서의 과금 정책이 불러왔던 악몽에 대한 기억도 유료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재 클로바노트·파파고 등 주요 AI 서비스에 대해 유료화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네이버 마이박스가 유료 구독제를 판매하고 있지만 무료 모델도 기본 30기가바이트(GB) 용량을 제공한다. 카카오도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나 클라우드(톡서랍)를 제외한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 등에는 과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연내 출시할 AI 챗봇 카나나도 현재로서는 무료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AI 분야에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섣불리 유료화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고객 반발에 대한 우려가 있다. 섣불리 유료화를 시도했을 때 소비자가 이탈해 경쟁사 서비스로 몰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인 SK텔레콤(에이닷)과 LG유플러스(익시오)가 각사의 AI 음성비서를 유료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2000년대 초 이메일 시장을 과점하고 있을 당시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참패했던 경험도 반면교사로 작용하고 있다. 2002년 다음 한메일은 이메일 시장의 절대적인 1위 사업자였지만, 이메일 유료 서비스인 ‘프리미엄 이메일’과 ‘온라인 우표제’를 도입하고 장기 미사용 메일 계정에 과금을 시도하는 등 유료화 정책을 추진하다 역풍을 맞았다. 다음은 뒤늦게 유료화를 철회했지만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했고 결국에는 네이버 메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대체 가능한 경쟁사 서비스가 우후죽순 나타나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네이버 파파고의 경우 삼성전자·오픈AI가 제공하는 번역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내용을 요약해주는 클로바노트도 이동통신사 음성비서가 시장에 나오며 대체재가 늘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신 활로를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찾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수익화를 시도했을 때 생성될 부정적 여론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고, 수익은 기업용 구독상품을 판매·제휴를 통해 올리는 전략을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