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의 헌재에 대한 압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는 11일부터 광화문에서 탄핵 촉구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3명은 국회에서 삭발식을 했고, 다른 의원들은 광화문 인근에 천막을 치고 탄핵 촉구 릴레이 연설을 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9일부터 경복궁 근처에서 단식 농성 중이고 김동연 경기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도 연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도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선고일까지 헌재 정문에서 밤샘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헌재 선고가 가까워지면서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일부 극단 세력은 헌재나 재판관들에 대한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럴 때 대립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게 제도권 정당이 할 역할이다.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앞장서서 장외로 뛰쳐나가 대놓고 헌재를 압박하고 있는 게 우리 정치권이다. 게다가 국회 안에서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삭발과 단식, 천막농성, 밤샘 시위 등의 구태의연한 투쟁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식의 투쟁이 그들만의 정치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국민들한테 헌재에 대한 압박이나 위협이 정당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물리력 행사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여야는 헌재 결정에 영향을 끼치려는 일체의 언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경찰이 헌재 선고에 대비해 ‘갑호 비상’ 발령과 헌재 주변 100m를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진공 상태’로 만든 뒤 특공대까지 투입하는 걸 검토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법적 판단에 폭동이 우려되고 있다는 현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불법·폭력적 집회·시위나 공권력 도전 행위는 어떤 관용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폭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켜선 안 된다는 것은 문명사회의 기본 상식이다. 탄핵 찬반 어느 쪽이든 헌재 선고에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하고, 폭력은 상상도 하지 말아야 한다. 헌재 선고 뒤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진일보할 수도, 극심한 혼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국민과 정치권 모두 성숙한 모습으로 대한민국이 돋보이는 민주국가임을 다시금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