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산 수입 규제’ 1위… 아세톤 반덤핑 연장해 총 53건

입력 2025-03-13 00:06

미국이 5년 전 한국 기업들에 부과했던 아세톤 반덤핑 관세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는 53건을 유지한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한국에 가장 많은 수입 규제를 조사·적용 중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벨기에·싱가포르·남아공·스페인산 아세톤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의 5년 일몰을 맞아 이를 재검토한 결과 “(일몰 시) 덤핑이 지속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아세톤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기존과 동일하게 최대 47.86%의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는다.

미국은 2020년 해당 국가들이 미국에서의 공정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아세톤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고 판정하고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조치 직전인 2018년 한국의 대(對)미국 아세톤 수출 규모와 액수는 각각 9만5000t, 5600만 달러(약 820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규제 이후인 2023년 수출 규모는 2300t(240만 달러), 지난해는 6900t(670만 달러)으로 급감했다.


아세톤은 미국의 무수한 대(對)한국 수입 규제 중 극히 일부다. 대한무역투자진흥투자공사(KOTRA)의 ‘2024년 하반기 대한 수입 규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한국 제품 수입 규제는 조사 단계인 4건을 포함해 53건에 이르렀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 적용한 수입 규제(216건)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뒤이은 순위인 인도(23개) 튀르키예(22개) 인도네시아(15개) 중국(13개)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에는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신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수출 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KOTR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초국경보조금(제3국 보조금)을 조사하고 필요 시 수입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이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제약용 캡슐에 대한 초국경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 같은 전통적 수출 규제에 더해 비관세장벽에 해당하는 무역기술장벽(TBT) 강도 역시 높이는 중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한 무역기술장벽 260건 중 10%(26건)가 미국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은 1월에 통보된 598건 중에서도 78건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