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몰고온 경기침체, 즉 ‘트럼프세션(Trumpcession)’ 공포에 국제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관세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경기침체도 불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4% 하락하고, S&P500 지수는 2.7%, 다우지수는 2.06% 떨어지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나스닥은 연고점 대비 14% 이상 하락하며 조정장에 진입했다. 이 충격으로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2.5%까지 하락했다.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미 관세 인상 전인 지난 1월에도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당초 올해 말까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2.65%에서 2.1%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새로운 관세 정책 여파로 최고 3.3%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했다. 관세 인상은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연간 경제성장률을 0.8% 포인트나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관세가 수입업체를 넘어 소비자와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간 보복 관세 경쟁이 격화될 경우 이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이중고를 겪어온 우리 경제는 심각한 후유증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제 여야 국정협의회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결국 파행을 빚었다.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이 시점은 우리에게 마지막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정치가 경제를 지키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이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