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국형 우주망원경

입력 2025-03-12 00:40

세계 최초의 망원경은 1608년 네덜란드의 한 안경업자가 만들었다. 3배 더 확대될 뿐이었지만 장안의 화제였다. 이를 접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가 성능이 향상된(30배 배율) 망원경을 직접 만들었다. 남들이 망원경으로 자연, 사람을 볼 때 갈릴레오는 하늘로 향했다. 1609년 11월 집 근처 벌판에서 망원경으로 달과 별들을 보고 이렇게 썼다. “달 표면은 매끄럽지도 균일하지도 않다. 지구 표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몇 주일 뒤 갈릴레오는 목성을 관측했다. 목성 주변을 도는 위성들도 후일 발견했다. 지구 아닌 다른 행성을 공전하는 현상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이는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 회부되는 계기였지만 천문학 혁명과 우주로의 항해 출발점이기도 했다.

1946년 미국 천문학자 라이먼 스피처가 우주에 망원경을 보내는 안을 처음 제시했다. 갈릴레오가 천체를 관측한 지 381년 후인 1990년 4월 24일 미국은 지구 궤도에 열차 1칸 크기의 망원경을 띄웠다. 인간 시력의 100억배로 1만6000㎞ 밖의 반딧불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이다. 태양계 밖에 행성이 존재하고 블랙홀이 실존한다는 것이 이 망원경을 통해 밝혀졌다. 2021년 12월 허블보다 해상도가 100배 높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발사됐다.

제임스웹보다 작지만 더 넓은 범위의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가 오늘 발사될 예정이다. 악천후로 일정이 하루 밀렸다. 스피어엑스는 영상분광 관측(넓은 영역을 촬영하고 빛의 밝기를 파장별로 측정) 기술이 최초로 적용돼 우주 진화의 비밀을 밝힐 예정인데 한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미 합작 혹은 한국형 우주망원경으로 불리는 이유다. 스피어엑스는 세계 최초로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를 제작한다. 허블과 제임스웹 망원경은 각각 팽창 우주론 실증자, 아폴로 계획을 탄생시킨 미국항공우주국(나사) 2대 국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스피어엑스를 계기로 한국인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의 탄생을 꿈꿔본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