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누가 말 못 하는 자나 못 듣는 자나 눈 밝은 자나 맹인이 되게 하였느냐 나 여호와가 아니냐.”(출 4:11)
나는 두 살 무렵 홍역을 앓고 난 뒤 청력을 잃었다. 농인으로 성장하면서 소통의 벽에 부딪혀 힘들었고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 경멸 속에서 살아야 했다. 스스로가 청각장애인이 된 것을 원망했고 어머니는 나의 청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당시 의술로는 불가능했다. 한의사의 침술도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신유집회에 가서 목사의 안수기도를 받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막힌 귀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중학생이 된 어느 날 교회에서 “성경은 하나님의 귀한 말씀”이라는 목사님 설교를 듣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접한 출애굽기 4장 11절 말씀은 내게 충격이었다. 눈을 씻고 다시 읽어보아도 분명히 성경은 나 같은 사람을 농인으로 지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말씀을 곱씹으며 깊게 고민했다. “하나님께서 농인을 귀 못 듣는 사람으로 지으셨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나를 벌하시려는 걸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나를 미워하시는 걸까.” 그러나 목사님께서 늘 강조하시던 하나님의 선하심을 떠올리며 하나님께서 나를 골탕 먹이려는 나쁜 의도로 농인 되게 하신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나를 농인으로 지으신 데는 반드시 오묘한 뜻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나를 괴롭히던 부정적인 관념과 열등감에서 해방됐다.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돼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고 농학교 교사가 되려던 꿈을 접고 신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1982년 10월 한국 장로교 역사상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은 농인이 됐다. 이후 영락농아인교회에서 부목사를 거쳐 담임목사가 돼 교회를 성장시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농아인 교회로 발전시켰다.
이후 미국 농인교회의 청빙을 받아 미국에서 목회를 하며 농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나를 농인으로 지으신 섭리를 점차 깨닫고, 국내외에서 많은 농인 영혼을 구원하는 사역에 쓰임 받으며 주님의 뜻을 이뤄가고 있다. 나는 지금도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음을 믿으며 감사와 감격 속에서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약력> △국제농선교회 대표 △한국농아인협회 이사 △영락농아인교회 담임 역임 △미국 마고디농아교회 담임 역임 △아시아농인크리스천펠로십(ADCF) 회장 역임 △세계농인연맹 이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