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년간 의학계에서 몸담아 온 박희정(58) 연세카리스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특별한 방식을 적용해 정신건강 치유를 도모하고 있다. 일반적 기법은 물론 영적인 측면까지 치유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병원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카리스’는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 사랑의 은총을 뜻하는 헬라어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병원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박 원장은 “성령의 임재를 정신건강 치유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생물학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영적 치료가 일어났을 때 더 빠른 회복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병원에는 상담실과 함께 예배실과 기도실을 마련했다. 영적 치유를 경험한 내담자들이 정신적으로 회복하고 신앙도 깊어지는 것이 박 원장으로선 가장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박 원장은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성도들의 정신건강 치유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픈 이들을 보듬고 기도하며 성령 안에서 치유하는 게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생명력이고 치유력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병원을 설립한 계기는.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 길을 보여주셨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크리스천 사역자들이나 일반인들을 치유하는 기관을 열어야겠다는 비전을 받았다. 일종의 특화된 병원이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같이 근무한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가 함께하고 있다. 나는 유아를 비롯해 청소년 및 청년의 정신건강, 부모의 양육 상담을 담당한다. 사역자와 그 가족의 정신건강을 돌보기도 한다. 민 교수는 청·장년과 노인의 정신건강, 동성애 문제를 다룬다. 동성애를 치유하는 방법은 전환치료라고 하는데 일반 정신 치료적 방법을 사용한다.”
-이 병원만의 강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담당하는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각종 의학적 기법을 활용한 정신의학적 상담, 인지행동치료, 정신분석치료, 위기개입과 해결 지향적 단기 정신치료 등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한 뇌파치료와 약물치료 등도 한다.
일반 병원과 다른 점은 기독교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기도와 예배, 말씀 묵상은 정신건강 치유에 뚜렷한 영향을 준다. 성령의 임재를 구하며 정신건강 치유에 접목하는 것이다. 이에 병원 안에는 기도실, 예배실이 별도로 존재한다. 신앙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을 조율한다.”
-영적 회복을 도모한 치료법이 효과적인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네 가지 축이 있다. 생물학적 심리적 요소 그리고 사회적 영적 요소를 꼽는다.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내담자가 겪는 문제를 진단하고 분석해 치료에 들어간다. 그런데 영적인 축에서 치료가 일어나면 앞에 있는 축들은 더 빠른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 비약적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수많은 내담자의 치료를 보면서 결국 신앙을 회복하거나 신앙을 갖는 것이 정신건강 치유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생물학적 치료도 중요한 근간이 되지만 무엇보다 영혼 건강에 대한 개입이 들어갈 때 빠른 회복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기독교인이나 일반인이 더욱 건강한 상태로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게 치료의 본질이다. 내담자들의 회복과 신앙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올바른 치료를 위해 의사 개인의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무엇보다 내담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적절한 바운더리(경계선)를 갖는 게 중요하다. 쉽지 않지만 전문의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 훈련받는 부분이다. 바운더리라는 것은 치료자마다 차이가 있고, 안 좋은 문제들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하는 게 기본 과정이다. 의사로서 늘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정신건강 치유 관련해 교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회가 그저 크리스천들의 사회적 활동 장소가 되어선 안 된다. 교회는 아픈 성도들이 위로받고 치유하는 장소여야 하는데 현재 교회에서는 성도들이 괜찮은 체하고 아프지 않은 체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교회가 아픈 부분을 보듬고 함께 기도하며 성령 안에서 치유하는 게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는 여기에 초점을 잘 맞추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들이 단순한 뒷말의 소재가 되지 않도록 편견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교회의 생명력이고 치유력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의 설교와 특강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침들만 제시해도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