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32> 야고보

입력 2025-03-11 03:07

거친 바다의 얼굴을 한 사나이
파도처럼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헐몬산의 잔설처럼 하얗게 빛나던 눈동자
베드로, 요한과 함께
언제나 그림자처럼
그분 곁에 동행하였던 제자
사마리아 땅을 지날 때
예수님이 머무시는 것을 거부하자
하늘의 불을 내려 심판하라고 외쳤던
우레의 아들
타고난 혈기가 순명의 사명이 되어
예루살렘에 헤롯의 폭정과 광기가 몰아칠 때도
거침없이 복음을 전하다
제자 중 가장 먼저 칼에 베여 최후를 맞았던
첫 번째 순교자
번개처럼 밤을 밝혔던
섬광의 사랑.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야고보는 베드로 요한과 같이 갈릴리 출생이다. 시인은 이 세 사람이 언제나 그림자처럼 '그분 곁에 동행'한 제자라고 언명(言明)했다. 야고보 또한 어부로 일하다 부름을 받았는데 열정적이고 야심 찬 성격이었다. 시인은 예수가 그와 그의 동생 요한을 '보아너게' 곧 '천둥의 아들'이라 불렀다는데 주목했다. 더 나아가 '타고난 혈기'를 '순명(順命)의 사명'으로 바꾸어 후대에 이르도록 모범이 되었으며, 마침내 제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자가 된 자기희생의 전범(典範)이었음을 높이 평가했다. 시인은 이 여러 경과와 결실을 응축하여, '번개처럼 밤을 밝혔던 섬광의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오늘의 우리가 이와 같은 희생적 사랑에 빚진 자임이 분명해진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