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 줄이는 美… 트럼프 2기 출범 후 절반 뚝

입력 2025-03-11 00:20
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올해 2월까지 미국의 한국 투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통계로 향후 추세를 확인해야 하지만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한국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외국인 투자통계 현황을 10일 확인한 결과 올해 1~2월 미국이 한국에 투자한 규모(신고 기준)는 2억1000만 달러(약 3050억2500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억5000만 달러)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는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지분 취득, 그린필드 투자(해외기업이 공장을 짓는 방식) 등을 포함한다.

당장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낙관하기도 힘든 분위기다. 국내 정치 불안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탓이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에도 미국의 대(對)한국 투자는 다소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54억7888만 달러였던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미 대선이 진행되던 2016년 38억7287만 달러로 직전 연도보다 41%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는 기업들이 대체로 투자를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남은 기간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 축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 당시 반도체·배터리 분야 등 한·미 간 경제협력의 활성화로 미국의 한국 투자액이 증가했던 만큼 체감되는 낙폭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52억 달러, 2022년 86억 달러를 기록하며 196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점을 찍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관계만 놓고 볼 때 현재 한국이 좋은 투자처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한국 내 투자 감소는 한층 더 강화된 미국 내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 모두 자국 내 생산과 투자를 중시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관세 압박을 무기로 더욱 공격적으로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미국에 대한 투자가 더 ‘안전한 선택’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상황을 관망하는 시각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자금 조달 및 투자계획을 세우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투자가 더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투자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47억 달러에서 2018년 58억 달러로 소폭 증가한 전례도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투자 위축을 반영한 관망으로, 실제 투자 감소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