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 가시화… ‘게임특위’ 출범… 반격 시작됐다

입력 2025-03-12 00:02 수정 2025-03-12 00:02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게임 사용자들을 위한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게임특위는 1호 플랜으로 ‘게임이용장애 저지’를 선택해 논의에 착수했다.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국회가 뒤늦게나마 게임 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주 출범시킨 게임특별위원회는 첫 미션을 ‘게임이용장애 저지’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으로 정하고 게임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강유정 의원은 지난 7일 출범식에서 게임 2대 강국인 미국이 게임이용장애를 인용하지 않은 사례를 들며 “문화 강국에서 게임을 질병화하는 건 자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위 위원장을 맡은 가장 큰 이유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면서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저지하고 과학적 근거의 합리적 대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민주당 게임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게임·e스포츠 분야의 정책과 선거 공약 생산 역할이다. 국회 다수당이 게임이용장애 저지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지난 6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던 관련 논의도 확실한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위가 ‘저지’라는 강한 표현을 내세운 데에는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의가 수년째 진전 없이 ‘답정너’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국내 도입 여부를 판가름한다며 출범한 민관협의체가 표류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특위 출범 과정에서 강하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게임이용장애 국제질병분류(ICD) 등재가 이뤄진 뒤 국내에선 이를 그대로 도입할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갈등이 커지자 같은 해 국무조정실은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관련 연구를 통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이 확실시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통계청 관계자가 원칙을 이유로 WHO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일 이어갔기 때문. 민관협의체는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시기를 잘못 산정하며 전문성 논란까지 키웠다.

게임이용장애의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파장을 연구하겠다고 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편향성과 자질 논란만 남긴 채 관련 연구는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민관협의체는 명확한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양측 입장차만 확인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민관협의체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이해관계가 다른 각 산업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뚜렷한 표본 자료 없이 각자 주장만 확인하는데 (국무조정실이) 중간에서 중재하려는 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합의를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때가 되면 한번씩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이 회의석상에서 나온다. 이렇게 시간 끌다가 자연스럽게 도입되는 게 아닌가 참여자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