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가전제품 판매장을 운영하는 점장 김모(34)씨는 최근 직원을 추가로 줄일지 고민 중이다. 김씨는 10일 “월 임대료만 400만~500만원이고 여기에 직원들 월급까지 하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매장을 닫는 게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며 “얼마 전 평일에 출근하던 직원을 한 명 줄였는데 앞으로 매장 상황에 따라 더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지난 1월 자영업자 숫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보다 적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았던 때와 비슷한 550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이었다. 1월을 기준으로 할 때 코로나19로 자영업의 불황이 길어졌던 2023년 1월(549만900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561만7000명),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572만2000명), 2009년(562만4000명)보다도 적다. 통계청이 별도 집계하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1월 자영업자 수’ 역시 564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8000명 감소했다.
특히 아르바이트나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에 타격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0.9% 늘어난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422만5000명)으로 1.0% 감소했다.
현장 ‘사장님’들과 전문가들은 내수 침체로 그 속도가 최근 빨라졌다고 말한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3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유애신(34)씨는 “올해 들어 참고서, 일반 서적들의 가격이 크게 뛰어 단골들마저 발길이 끊기려고 해 걱정이 크다”며 “코로나19 때와 비교해서도 그렇고 점점 더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자영업자들의 채무 불이행 사례도 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 불이행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및 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등 개인사업자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19억원 늘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도 이 정도 속도는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