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사령탑을 교체하고 경영 체제에 변화를 주었던 국내 게임사들. 해가 바뀐 지금 시점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가시적인 실적 개선, 신작의 성공 같은 합격점을 받은 기업도 있지만, 실질적인 체질 개선과 업계 전반의 분위기 전환을 이뤄내기까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지난해 업계 최초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한 넥슨은 이정헌 대표를 본사인 넥슨 재팬 수장으로 앉히고, 넥슨코리아는 강대현·김정욱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 3인은 회사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라이브 오퍼레이션(지속적인 운영 관리)’ 역량을 꼽았고, 이를 활용해 기존 게임과 신규 지식재산권(IP)을 두루 관리했다. 지난해 PC 콘솔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는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호평받았다. 기존 인기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확장한 버전은 중국에서 초대박을 쳤다.
넥슨은 올해도 IP 성장 전략에 집중한다. 핵심 프랜차이즈 게임 3종(던전앤파이터·메이플스토리·FC)의 확장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IP 발굴에도 초점을 맞춘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시작으로 ‘마비노기 모바일’ ‘아크 레이더스’ 등 신작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창립 때부터 이어져 온 가족 경영에 종지부를 찍은 엔씨소프트는 박병무·김택진 대표 공동 체제로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 매출 1조5781억원, 영업손실 1092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 박 대표가 등판한 뒤 고강도 구조 조정, 스튜디오 분사 등 경영 효율화의 급물살을 탔다.
올해는 김 대표가 집중해온 게임 개발이 결과물을 내놓는다. 엔씨는 자사가 개발해온 ‘아이온2’ ‘LLL’ ‘택탄’과 함께 국내외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의 퍼블리싱까지 맡아 신작 릴레이를 펼친다.
넷마블은 지난해 권영식·김병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비롯한 신작 3종이 흥행에 성공했다. 마케팅비,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을 줄이는 일에도 힘썼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매출 2조663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창립 첫 ‘3조 클럽’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10년간 경영을 이끈 권 대표가 내려온다. 이달 말부터 김 대표 단독 체제로 바뀐다.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응하는 가운데 9종의 신작을 출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글로벌 통’으로 불리는 한상우 대표가 수장에 올랐으나 이렇다할 신작도 없었고 극적인 체질 변화도 없었다. 영업이익이 92% 급감한 6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승부수를 던진다. ‘크로노 오디세이’ ‘색션13’ 등 갈고 닦은 신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릴 예정이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창업주 박관호 의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해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흥행시키며 적자 탈출이라는 큰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주가, 가상자산 ‘위믹스’의 사법 리스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하다. 최근 위메이드는 위믹스가 해킹 당해 2022년에 이어 또 한 번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