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첫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연습에 돌입했다. 북한은 즉각 서울·경기 등 수도권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여러 발을 발사하는 도발에 나섰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이며 한·미 공조의 틈을 벌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을 떠보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이날 오후 1시50분쯤 북한 황해도 내륙에서 서해 방향으로 발사된 미상 탄도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CRBM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FS를 계기로 도발을 재개하며 우리 정부와 트럼프 2기 정부 양측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 공보문을 통해 이번 훈련을 “위험천만한 도발적 망동”이라고 비판하며 “최강경 대미대응 원칙의 당위적 명분만 더해주고 가중된 안보위협에 부닥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엄포가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도발 양상이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도발에서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훈련 첫날 남측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300㎞ 이하 CRBM을 쐈다. 주한미군에 대한 위협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청구액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FS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을 위해 일방적 중단을 선언했던 연습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도발을 통해 ‘대북 대화를 재개하려면 FS를 다시 멈추라’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이날부터 20일까지 FS를 실시한다.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지휘소훈련(CPX)인 FS 연습 시나리오와 연계해 지·해·공, 사이버, 우주 등 전 영역에 걸쳐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을 진행한다.
양국은 CPX와 FTX를 지난해 10건에서 올해 16건으로 늘릴 방침이다. 특히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사이버·드론 공격 등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서 나타난 전술적 변화 등을 시나리오에 반영할 예정이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