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갈등 속 캐나다 총리 오르는 카니 “난 위기관리 전문가”

입력 2025-03-11 02:31
캐나다 집권 자유당의 당대표 선거가 실시된 9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당선자 마크 카니(오른쪽)가 직전 당대표인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차기 총리에 오를 예정인 마크 카니 신임 자유당 대표는 장관직은 물론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경험한 적이 없는 ‘정치 아웃사이더’다. 이 같은 정치 신인이 주요 7개국(G7)에 속하는 캐나다의 새 지도자로 낙점된 배경에는 그의 다른 경력이 있다.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및 ‘미국의 51번째 주’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캐나다와 영국에서 중앙은행장을 지내며 굵직한 위기를 헤쳐 온 카니 대표의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니는 지난달 말 자유당 대표 후보자 토론에서 “나는 위기를 관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위기관리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고 협상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카니는 당대표 선거에서 자신을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아웃사이더로 차별화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만한 정치인을 꼽는 여론조사에서 40%를 얻으며 제1야당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26%)를 크게 앞섰다. 카니는 경제 전문가로 다양한 위기에 대처하며 이름을 알렸다.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그는 골드만삭스와 캐나다은행, 재무부 등을 거쳐 2007년 42세의 나이로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됐다. 취임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닥뜨린 카니는 과감한 금리 인하 등 부양책으로 캐나다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3년에는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겼다. 영란은행 사상 최초의 외국인 총재였다.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의 아나 보틴 회장은 “카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이란 배를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갈등이 심각해진 위기 상황에서 총리에 오르게 된 카니는 자주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해 “캐나다 정부는 정당하게 보복 관세를 취했다”며 “미국이 우리에게 존중심을 보일 때까지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9년 넘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고별 연설에서 “지금 캐나다인들이 이웃 국가로부터 실존적 도전,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세계가 캐나다인들이 무엇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흔들림 없이 도전적이고 단결된 상태를 유지해 당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증명하자”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