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돈 안 되지만 인기는 절정… SK의 ‘계륵’ T1

입력 2025-03-11 00:53

인기 온라인 게임 프로게이밍 구단 ‘T1’을 운영하는 SK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선수 연봉으로만 연간 수백억원을 지출하는 등 막대한 운영비로 인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주력 계열사를 뺀 모든 회사를 구조조정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T1도 예외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기업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리그오브레전드·배틀그라운드·발로란트 등 주요 게임에 대한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의 수익은 사실상 전무하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선수로 평가받는 ‘페이커(본명 이상혁·29)’가 속한 프로게이밍 구단 ‘T1’ 역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누적 108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T1은 2003년부터 SK가 운영 중이다.

프로게이밍 선수는 고연봉자가 많다. 선수 한명 한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온라인 게임 특성상 개개인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각 팀의 주전급 선수 연봉은 수십~수백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커는 중국에서 백지수표 제의를 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페이커의 중국행을 막기 위해 SK가 고연봉은 물론이고 은퇴 후 혜택까지 보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T1의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십 결승전의 경우 전 세계 동시 시청자 수가 5000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페이커는 MVP를 차지하며 T1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현재 프로야구가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지만 국내용일 뿐이다. SK가 프로야구단 랜더스를 신세계에 매각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22년 기준 T1의 구단 가치를 2900억원으로 평가했다. SK 관계자는 “T1 매각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