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이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MBK)를 상대로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회사채 등 금융상품을 발행한 것이 사기라는 것이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주관사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진행 사실을 알지 못했고 증권사 리테일(영업점) 판매 여부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신청 전까지 증권사에 발행했던 기업어음(CP), 회사채, 전자단기사채(STB),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약 6000억원을 놓고 MBK와 신영증권 등 증권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사가 사들인 60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영업점을 통해 개인과 법인 고객에게 재판매(셀다운)됐다.
신영증권 등 금투업계에서는 대주주 MBK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려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기간이 한 달 정도 필요한데, 기업회생 가능성을 모르고 단기물을 발행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도 비슷한 의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회생신청 수일 전까지도 CP를 발행했다.
법적 대응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형사고소 등 강경하게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는 기관도 있다. 다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할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홈플러스 단기물 판매와 관련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20여곳은 회의를 열고 상황을 공유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여부를 미리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2월 28일 예상과 달리 신용등급이 하락해 긴급히 회생신청을 준비하여 휴일이 끝나는 3월 4일 바로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물이 어느 정도로 증권사 창구를 통해 개인에게 팔려나갔는지 파악해 제출해달라고 각 증권사에 요구했다.
개인 등을 대상으로 증권사 영업점을 통해 판매된 것에 대한 책임도 주장이 엇갈린다.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 신청 후에야 리테일로 판매가 된 것을 알았다”며 “판매 주체는 증권사들로 홈플러스는 이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에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자사의 단기물이 리테일로 판매됐음을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홈플러스 주거래은행인 SC제일은행은 홈플러스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 부도 대상은 이번에 만기가 돌아온 금융기관 보유 CP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매출채권 등을 먼저 갚기 위해 금융기관 관련 채무는 뒤로 미루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홈플러스 당좌계좌도 정지됐다. 당좌계좌는 회사가 은행에 지급을 대행시키기 위해 개설하는 계좌다. 실시간 이체 발달로 예전만큼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 SC제일·신한은행이 홈플러스와 당좌거래 실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