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한 것”이라며 “그것이 사퇴와 탄핵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즉시항고 포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심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나 탄핵 추진은 무리한 정치 공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제도는 52년 전 이른바 유신헌법 시절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에 의해 도입된 제도”라며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는) 기존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를 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구속 취소와 유사한 두 제도가 위헌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 취지에 따라 윤 대통령을 석방 지휘했다는 것이다. 심 총장은 “기소 이후 피고인 신병에 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며 “법원 결정을 존중했다”고도 말했다.
심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사퇴를 요구하고 탄핵 얘기도 나왔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 소신껏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법률과 헌법을 위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탄핵은 국회의 권한인 만큼 앞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휘부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한 차장검사는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 결정이 난 것도 아니고, 법이 아직 살아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법원이 기존 20~30년간 유지돼 왔던 구속기간 계산 방식을 갑자기 바꿨다”며 “이는 일반 사건 실무에도 영향을 미칠 문제인데 즉시항고를 통해 통일된 기준을 정립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즉시항고가 필요했다는 쪽에서도 심 총장이 사퇴하거나 탄핵 사안으로는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 관계자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에서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고, 내부 의견 조율을 거쳐 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사퇴 요구나 탄핵 추진은 과하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정작 결정을 한 법원에는 단 한 마디도 못 하면서 검찰만 압박하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주요 동기로 ‘줄탄핵’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탄핵 추진이 계엄 사태 해결에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또 탄핵 추진을 협박 카드로 쓴다는 것에 내부에선 걱정이 많다”며 “이제는 검찰을 떠난 지 오래된 윤 대통령과 검찰을 동일시하는 것 자체에 염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