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어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사태가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먹튀’ 논란 등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만큼 국내 사모펀드 도입 20년을 맞아 운영 현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사모펀드 현황과 문제, 규제 필요성 등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5일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대해 상반기 중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기초로 금융위와 점검할 부분이 있을 경우 점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 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건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거나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해 인수한 기업을 ‘껍데기’로 만드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했는데, 이 중 2조7000억원은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인수금융(대출)을 받아 조달했다.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비용을 인수하려는 기업에 떠넘기고 재무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에 금투업계에서는 그동안 규제 성역으로 여겨지던 사모펀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를 비롯해 기업을 사는 과정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으니 운영 현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의 기본적인 성격을 고려했을 때 적극적인 규제안이 마련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섣부른 규제가 자본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의 연구 용역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모펀드 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공시 내용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