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당국이 국고채 경쟁입찰에 참여한 증권사·은행들이 담합을 통해 국고채 금리를 높인 정황을 포착하고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2023년부터 이어온 국고채 전문 딜러(PD)사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문서다. 제재 대상에는 메리츠증권·키움증권·KB증권 등 주요 증권사와 IBK기업은행·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PD 개인 13명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 의견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국고채 PD사들은 한국은행의 국고채 경쟁입찰에서 1차로 국채를 매입해 다시 기관·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국고채 경쟁입찰은 PD사들이 금리를 적어 내면 채무자인 정부가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PD부터 순서대로 낙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이 과정에서 입찰 계획을 사전에 공유해 금리를 높이고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채 금리 인상은 곧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딜러들이 개인 컴퓨터와 휴대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논의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인 국고채 입찰 금액을 감안하면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채 PD사를 통해 거래된 국고채 규모는 158조4000억원이었다.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를 경신한 올해의 거래 규모는 197조6000억원에 달했다. 과징금 규모는 담합 기간 중 국고채 PD사가 거래를 통해 취득한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책정된다.
다만 아직 과징금 규모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공정위가 발송한 심사 보고서에는 과징금 규모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관 측에서 과징금을 산정한 뒤에도 이를 위원회에서 심의해 최종 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과징금 규모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신준섭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