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미분양의 역습… 전국 주택 8%가 빈집

입력 2025-03-11 00:51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수가 153만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의 빈집 비중이 8%에 육박한다. 지방에서는 인구 고령화로 빈집이 늘고, 수도권 인근에서는 미분양 상황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통계청 주택 총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연도별·지역별 미거주 주택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수는 2023년 말 기준 153만4000가구였다. 전년 대비 약 5.7%, 2015년 대비로는 43.6% 늘어난 수치다. 통계청 기준 ‘빈집’은 빈집특례법에서 규정하는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주택뿐 아니라 일시적 미거주 주택을 포함한다.

전국 빈집 수는 2015년 106만8000호에서 2016년 112만호, 2017년 126만4000호, 2018년 141만9000호, 2019년 151만7000호로 매년 증가했다.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던 2021년에는 139만5000호로 줄었으나 2022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다시 빈집의 증가 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집 비중 또한 최근 증가 추세다. 전체 주택 중 빈집 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6.5%에서 2019년 8.4%로 급증했다가 2021년 7.4%로 떨어졌다. 하지만 2022년(7.6%)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2023년 7.9%에 이르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빈집 비중이 전체 주택 대비 18.6%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다만 경기도 인구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통계라고 보고 있다. 인구 1000명 당 빈집 수를 놓고 보면 경기도는 21.0호로 양호한 편이다. 서울(11.5호)과 대전(17.6호)에 이어 3번째로 낮다.


문제는 지방이다. 경남(8.7%), 경북(8.4%) 등은 빈집 비중이 경기도 대비 낮지만 ‘인구 1000명 당 빈집 수’를 놓고 비교하면 전남(67.2호), 강원(54.0호), 충남(53.1호), 전북(51.8호), 제주(51.7호), 경북(50.5호)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전국 기준 인구 1000명당 빈집 수는 29.9가구다. 전국 평균 대비 1.7~2.2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빈집 증가에 대해 신도심으로 이주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인구 고령화가 핵심 원인이겠지만, 공간 개념에서 보면 지방의 경우 신도심이 생겨나면 구도심에서 인구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빈집이 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빈집 문제에 대해 정책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고하희 부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방치되는 빈집은 도시 슬럼화에 이어 범죄우발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빈집으로 방치된 원인을 파악하고 공유 재산으로 편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빈집을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