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구속 취소와 석방을 둘러싼 여론 대립 속에서 종전처럼 강경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당분간 조용히 한남동 관저 생활을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 이전까지는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권은 윤 대통령이 그간 대국민 담화와 헌재 변론을 통해 충분히 할 말을 전했으며, 자신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지지를 모두 인식한 만큼 조급한 행보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0일 “헌재의 판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있는 만큼 모두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통령 역시 대외 행보를 자제한다는 기조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날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면한 데 대해서는 “당 지도부의 요청에 따른 만남이었고, 안위를 물은 것”이라며 더한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직무 복귀와 파면 기로에 선 상황에서 일각의 ‘관저 정치’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막바지에 이른 탄핵심판, 일방적이지 않은 ‘광장 여론’을 고려하면 굳이 대통령 메시지가 필요한 때는 지나갔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제 헌재에 공이 넘어가 있고, 8년 전과 달리 어느 한 편에 휩쓸리진 않을 여론 균형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 스스로 ‘마음을 비웠다’고 말해 왔듯 뭔가를 더 무리하게 설명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결단 배경부터 직무 복귀 시 개헌 약속에 이르기까지 윤 대통령 본인 의중은 충분히 전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직후에는 윤 대통령이 탄핵 반대 집회에 나와 지지층에 화답할 것이란 관측마저 있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52일간 옥중 생활을 한 만큼 곧장 대외 활동에 나설 수 없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은 관저 복귀 이후 주변에 “건강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체력 상태를 염려하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 역시 윤 대통령 석방 이틀째인 전날부터는 관저와 그 주변 목소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 권한정지 동안에 추진된 정책들의 ‘보완’이 준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전날 윤 대통령과의 오찬 사실을 내부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경원 이강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