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국내 1위 LS가 데이터센터 투자가 몰리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동남아 데이터센터는 저렴한 입지 조건과 해당 국가들의 적극적 유치 노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생산법인 LS-비나가 동남아 데이터센터 전력망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10일 밝혔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해 말 필리핀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인 ‘STT 페어뷰 캠퍼스’에 중전압(MV)·저전압(LV) 전력 케이블을 처음으로 공급했다. STT 페어뷰 캠퍼스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문기업 STT GDC가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 건설 중인 시설이다. 완공 시 총 124㎿ 규모 용량을 갖춰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 중”이라며 “LS-비나의 생산 경쟁력을 기반으로 관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LS일렉트릭은 지난 2023년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에 ‘박닌 신(新) 사업장’ 이전 준공을 통해 현지 생산 규모를 연간 250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 수준으로 확대했다. 또 인도네시아 배전용 변압기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의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도 강화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도 현재 베트남 전력기기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 진출을 검토 중이고,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21년 베트남 호치민에 판매 지사를 개설해 중저압차단기 영업에 나섰다.
동남아에서는 최근 AI·클라우드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현지 정부는 세제 혜택, 근로자 고용 및 투자 규제 제도 등을 정비하며 데이터센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동남아 데이터센터 규모는 지난 2023년 88억 달러(약 12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10%씩 성장해 2028년 142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정보기술(IT) 인프라 시장은 한국의 1980~1990년대 개화기라고 보면 된다”며 “데이터센터 관련 배전 기기, 섬으로 된 국토 사이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등 제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