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분열 치유할 승복과 통합의 메시지 꺼내길

입력 2025-03-11 01:20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저녁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났다. 안부를 나누고 그간의 당 운영에 고마움을 전했다는 평이한 대화 내용이 이튿날 알려졌다. 석방 때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던 모습과 달리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려는 듯해 다행스럽다. 구속취소는 절차적 문제에 따른 것일 뿐, 윤 대통령이 형사재판 피고인이자 탄핵심판 피청구인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밝힌 것처럼 지금은 겸허하게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윤 대통령 석방 후 정치적 사회적 분열은 한층 격화했다. “극단적 충돌이 벌어져 국민 내전으로 비화할까 우려된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는 극히 일부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화해와 통합을 말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둘로 갈라진 광장의 대결을 부채질하듯 여야 정치권은 국민 대신 진영을 향해 갈등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여당의 그런 이들이 이제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려 할 것이다. 그들에 의해서, 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망국적 진영 대결에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책임이 주어지는 자리다. 불행히도 윤 대통령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비상계엄으로 분열의 중심에 섰고, 탄핵 정국에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어제 시작된 총 78명의 서울서부지법 난동 피고인 재판은 대한민국 사법 질서를 부정하는 지경에 이른 분열과 갈등의 참담한 결과물이다. 그들의 석방을 기도한다는 윤 대통령의 8일 입장문은 대단히 위험한 메시지였다. 판결의 불복과 법치의 부정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 안 그래도 첨예하게 대치하는 군중의 극단적 행동을 부추길 소지가 크다.

지금 윤 대통령은 겸허한 침묵 속에서 승복과 통합의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 탄핵심판이 어떤 결론에 이르든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다짐과 그것을 계기로 양분된 국론을 다시 모으고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자는 호소를, 특정 진영을 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 말해야 할 때다.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인 이 메시지가 헌재 선고 전에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