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I 메모리’중심으로 사업 재정비 한다

입력 2025-03-11 00:31

SK하이닉스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AI) 메모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최근 수익성이 부진했던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정리했고, 이달 안에 인텔의 ‘낸드플래시(비휘발성 메모리)·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부문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조직 내에 AI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 부문들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 전방위 AI 메모리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SSD 사업 부문 인수금 88억4400만 달러(약 12조8512억원) 중 남은 잔금 22억3500만 달러(약 3조2476억원)를 이달 중 지급할 예정이다. 현재 낸드용 웨이퍼 시설과 SSD 본사 위치는 각각 중국 다롄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SK하이닉스의 잔금 지급이 완료되면 낸드와 SSD 설계·제조 관련 지식재산(IP)과 연구개발 인력, 다롄 팹 운영권 등을 인텔로부터 최종 이전받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인수 작업을 마치는 대로 양사가 보유한 기술 통합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인텔 사업 부문 인수 내용을 발표하고 다음 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았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가 직접 합병하고 SSD는 100% 자회사인 솔리다임으로 출범시켰다. 낸드플래시와 SSD는 유관 부서지만 솔리다임이 기존에 확보한 고객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별개의 인수 방법을 택한 것이다. 솔리다임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를 비롯한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사를 확보했기 때문에 회사명을 유지하는 게 이점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가 인텔 사업 부문 인수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이유는 AI 시대 도래와 함께 SSD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단수를 높게 쌓을수록 칩 용량이 늘고 SSD로 적합해진다. SSD는 eSSD와 일반 SSD로 나뉘는데 전자는 서버·데이터센터·기업용 스토리지에 최적화된 제품, 후자는 개인용 PC·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eSSD는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백 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처리하는 고성능 스토리지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이나, 의료·금융 AI, 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에서 eSSD는 필수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SS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 시장이 연 35%씩 성장하면서 SSD의 가치는 혁신적으로 높아졌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인수 당시에만 해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SSD의 위상이 달라졌다”면서 “국내 기업이 마이크론과 키옥시아 점유율도 가져와 글로벌 시장 전체를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