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경제통 지도자

입력 2025-03-11 00:40

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9일 새 당대표로 경제 전문가 마크 카니를 선출했다. 카니는 쥐스탱 트뤼도에 이어 금주 차기 총리로 취임한다. 카니는 현직 의원이 아닌데도 경제통이란 점 때문에 발탁됐다. 그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로 기용됐다. 2013~2020년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첫 외국인 총재로 초빙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 대응했다. 이번 발탁도 미국의 관세 위협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할 적임자로 꼽혀서다.

경제가 안 좋거나 재정이 위기일 때 경제통 지도자가 발탁되곤 한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대 유럽에선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해 경제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재정 위기 타개의 소방수로 기용됐다. 2022년 10월 취임해 지난해 7월까지 영국 총리를 지낸 리시 수낵도 골드만삭스 출신 경제 엘리트로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총리가 됐다. ‘유럽의 병자’로 불린 그리스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서 졸업시키고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이도 매킨지 컨설팅 출신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다.

국내에서도 경제통 대통령론이 나온 적이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미래 불안감이 큰 3040세대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 1970년대생 중 경제를 철저히 공부한 사람이 차기 후보이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선 경제통이 아닌 검찰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후보가 됐다.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나라에서 경제통 대통령론이 다시 부각될지 지켜볼 일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과 기업들의 어려움, 내수 악화와 자영업 위기 등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요즘 유권자들한테는 ‘경제를 잘 모르는 정치통’보다는 ‘정치를 잘 모르는 경제통’이 오히려 더 먹힐지 모른다. 물론 정치와 경제에 두루 능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