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그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심 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그를 탄핵하겠다는 야당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법원의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것이 탄핵 사유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윤 대통령의 석방을 명령한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즉시항고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과거 결정을 감안해 불복 절차를 밟지 않고 법원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다. 법원의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찰에 화풀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으로 몰려가 난동을 부린 것이 비난받아 마땅하다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에 반대하는 야당도 비판받아야 한다.
야당이 윤 대통령의 석방에 반발하면서도 법원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리스크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재판은 오는 26일 2심 선고가 예정된 선거법 위반 사건을 포함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5건에 달한다. 야당이 법원을 자극할 경우 혹시라도 이 대표의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조심스러운 것이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한 것은 유무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수사의 적법성에 흠결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조사한 것이 잘못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라면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수사상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공수처 탓이다. 공수처는 검찰을 압박해 윤 대통령 사건을 가져갔으나 윤 대통령 체포 이후 아무런 조사를 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 검찰에 다시 사건을 넘기는 무능함을 보였다. 애당초 경찰이 윤 대통령을 소환한 뒤 검찰이 보강 조사를 거쳐 기소하는 과정을 밟았다면 적법 절차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공수처가 끼어들면서 오히려 일을 그르친 것이다. 그런 공수처를 끼고 도는 민주당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의 주장과 별개로 현직 대통령의 인신구속이 법관에 따라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 서울서부지법이나 서울중앙지법이나 같은 1심 법원인데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법리 해석은 전혀 달랐다. 법관마다 다른 고무줄 형량을 줄이기 위해 양형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인신구속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