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가 외국인… 다문화가정 돕는 변론할 것”

입력 2025-03-11 03:01
유영규 법률사무소 여온 대표변호사가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재한몽골학교에서 이주민 친화적 교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유영규(36) 법률사무소 여온 대표변호사는 어릴 때부터 이주노동자들 틈에서 자랐다. 30년이 넘도록 이주노동자와 그들의 자녀를 돕고 있는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유해근 목사가 유 변호사의 부친이다.

긴 시간 나그네들과 지내온 유 변호사는 법률가가 된 뒤에도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있다. 최근 그는 한 다문화가정의 ‘친양자 입양 허가 심판청구’를 변호하면서 이들의 절박한 현실에 다시 한번 눈을 떴다.

친양자 입양은 만 18세 이하의 자녀가 생물학적 부모와 법적 관계를 단절하고 입양 부모의 친생자로서 법적 지위를 갖는 입양 형태를 말한다.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재한몽골학교에서 만난 유 변호사는 “친양자 입양은 ‘일반 입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법적 절차가 까다로운데 외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의 입양 절차는 몇 배나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두라스 출신 여성의 두 아들이 한국인 아버지의 친양자로 입양될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시작한 심판은 지난달 19일이 돼서야 인용 결정됐다.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법적 지위를 갖기까지 8개월 가까이 걸린 셈이었다. 양자가 되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그동안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아이들이 정식 체류 자격을 얻은 게 큰 성과다.

이들처럼 ‘중도 입국 청소년’들이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한 채 출입국관리소에 적발되면 강제 출국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한국에 오래 살면서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이 ‘낯선 고향’으로 추방당하면 그 나라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유령 같은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유 변호사는 “이번 심판 청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온두라스 법원이 보낸 ‘친권 양육권 포기 서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친부가 모든 권리를 포기했다는 여러 증거를 마련했고,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근거도 보완해 법원에 제출하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처럼 서류 미비가 비일비재할 텐데 변호사의 조력 없이 다문화가정 스스로 친양자 입양 허가를 받아내는 건 불가능 하단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어려움에 부닥친 다문화가정을 돕는 변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목회자인 아버지가 이주노동자 돕는 것을 일생 지켜본 유 변호사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국민의 5% 이상이 외국인으로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고 법적·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법적인 부분은 변호사들의 영역이지만 생활과 문화, 신앙적 부분은 교회가 맡아야 한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교회가 나그네들의 든든한 구심점과 둥지가 돼 준다면 낯선 땅에 사는 이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로 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