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극복 대상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조건”

입력 2025-03-11 03:08

“장애는 극복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조건입니다.”

최근 서울 광진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영근(26·사진)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총신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며 총학생회장상도 수상한 시각장애인이다. 지난 6년간의 대학생활은 그가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오씨는 미숙아망막병증으로 영아기 때 시력을 잃었다. 미숙아망막병증은 조산으로 인해 태아 망막 혈관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미숙아가 자궁 외 환경에 조기 노출돼 혈관 발달에 이상이 생기면 최악의 경우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그의 경우 빛 정도만 감지할 수 있다.

오씨는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냈는데 대학을 다니며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며 “실패 속에서 하나님의 더 큰 계획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마태복음 6장 26절과 잠언 4장 25~26절은 오씨의 ‘18번 말씀’이다. 잘 보라는 성경의 권면이다. 오씨는 “왕복 2시간 통학하며 늘 묵상했던 말씀”이라며 “제가 하나님의 귀한 자녀임을 잊지 않았고 하나님께서 앞길을 인도하실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오씨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2년간 휴학하며 하나님을 진하게 만났다.

“대학에서의 첫 1년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어요. 마침 아는 선교사님이 필리핀에서 사역하고 계셔서 선교도 도울 겸 배울 겸 1년 정도 그곳에 있었어요. 다른 1년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고요.”

오씨는 장애에 얽매이지 않고 장애와 함께 살아가며 자신의 장점을 찾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졸업 후 영어교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임용고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임용고시는 올해 하반기에 열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전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 자격을 갖춰야 응시할 수 있어 당분간은 한국사 공부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오씨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인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총신대에서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며 “내가 받은 수많은 도움을 나와 같이 장애가 있는 다른 친구들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