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친구 만나고 엄마·아빠랑 놀자” 양육은 공동체가 함께해야

입력 2025-03-11 03:05
매화교회 아기학교 참가자들이 지난 8일 경기도 시흥 교회 유아부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8일 방문한 경기도 시흥 매화교회(박우영 목사)의 유아부실은 다가오는 봄을 알리는 듯 초록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문밖까지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곳에서 열린 ‘아기학교’는 생명이 움트는 봄을 맞아 개구리를 상징으로 한 다양한 활동으로 마련됐다.

행사장 곳곳에는 초록색 풍선과 개구리 장식이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진행요원으로 섬기는 교회 성도들은 개구리 머리띠를 쓴 채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교사들의 가슴에는 ‘쫑긋이’ ‘몰랑이’ ‘깡총이’ 등 귀여운 별칭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아이들은 초록빛 공간을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놀이에 빠져들었다. 주방놀이 장난감이 쌓인 곳에서는 역할 놀이를 하고, 한쪽에서는 오이 마사지 놀이가 한창이었다. 편백 블럭을 쌓던 아이들이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재잘거렸다.

아기학교는 한 달에 한 번, 매화교회에서 열리는 가족 참여 프로그램이다. 만 2세부터 4세까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기학교에서는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과 예배, 문화 공연, 부모 교육 등이 번갈아 열린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가족들은 모두 함께 교회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를 나눈다. 이날 아기학교에는 22명 아이와 가족, 봉사자 등 60여명이 함께했다.

주말에 뭐할지 고민이라면

아기학교는 2007년 매화교회 비전센터 완공과 함께 지역사회 연계 사업으로 시작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부터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했는데 2022년 현장 모임을 재개했다. 아기학교 담당 박관형 전도사는 “재개 초기에는 조심스러워 주변에 많이 알리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역 학부모들이 자발적 참여하고 입소문을 타면서 신청자가 꾸준히 늘었다”고 전했다. 올해 모집 정원은 15가정이었지만 신청자가 몰려 22가정까지 등록을 받았다. 이 중 5가정은 매화교회 교인이 아니다.

박 전도사는 “아기학교는 전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부담 없이 교회를 찾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아기학교가 교회 문턱을 낮추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기학교를 통해 신앙을 접한 가족 중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자연스럽게 교회에 출석한 예도 있다. 쌍둥이를 키우는 박병관(35) 김은중(34) 부부는 광고 문구를 보고 아기학교를 찾았다. 박씨는 “한 달에 한 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아내 김씨는 “문화센터에 가려면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며 “이곳은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변 이웃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화교회 교인인 임강현(24)씨는 “아기학교는 일과 육아에 지친 부모들이 교회에서 함께 아이를 공동육아 하는 시간이다. 아이들도 또래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좋다”고 장점을 꼽았다.

교회 옥상에 마련된 풋살장.

놀이로 배우는 신앙

아기학교 예배는 10분 안팎으로 진행된다. 이날 설교자 박 전도사는 개구리 머리띠를 착용하고 가족들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각각 흙 물이 담긴 두 개의 그릇이 들려 있었다. 박 전도사는 물과 흙을 바닥에 쏟으며 아이들과 눈을 맞췄다. 하나님의 창조를 설명하기 위해 상추와 오렌지까지 동원했다.

생생한 설명에 아이들은 손을 뻗으며 흙을 만지려 했고 몇몇은 앞으로 뛰어나오기도 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도 박 전도사는 차분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 흙에서 풀이 나고 나무가 자라며 우리가 먹는 채소도 자라지요. 하나님이 이렇게 세상을 만드셨어요.”

설교 후에는 나이별 그룹 활동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스티커 놀이와 미술 활동을 하며 설교 내용을 한 번 더 온몸으로 익혔다. 이후에는 청개구리를 주제로 한 연극이 펼쳐졌다. 개구리 분장을 한 봉사자들이 생동감 있게 ‘청개구리 이야기’를 연기했다.

연극이 끝나자 곧바로 ‘개구리 알 오감 체험’이 시작됐다. 바질 시드로 만든 개구리 알 모형이 김장 비닐 위에 뿌려지자 아이들은 뜰채로 건져보거나 손으로 만지며 탐색했다. 생전 처음 접하는 촉감에 환하게 웃는 아이도 있었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도 있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담느라 연신 스마트폰 셔터를 눌렀다.

언제든 뛰어노는 키즈랜드
교회 1층에 마련된 키즈랜드.

매화교회는 일회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아 친화적 공간’이 되기 위해 힘쓴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면 키즈카페를 연상시키는 ‘키즈랜드’가 방문객의 시선을 끈다. 키즈랜드에는 푹신한 소재로 만든 미끄럼틀과 그물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고 한쪽에는 블럭을 조립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박우영 매화교회 목사.

교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2022년 조성된 이 공간은 교회에 오는 아이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상시 개방된다. 박우영 목사는 “요즘 30·40대 부모들은 육아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며 “아이 양육은 본래 공동체가 함께 하는 과정이다. 교회가 부모들에게 육아의 지지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해준다면 부모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