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석방 지휘를 한 데는 즉시항고가 위헌 시비에 휘말릴 경우 내란 사건 본류 재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적법성에 법원이 문제의식을 강하게 나타낸 상황에서 굳이 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즉시항고 포기에 대검찰청과 수사팀 간 이견이 있었지만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석방하고 향후 공소유지에 주력하는 전략을 택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7일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후 네 가지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석방하지 않고 즉시항고하는 방안, 석방 후 즉시항고 또는 보통항고를 하는 방안, 항고 없이 석방하는 방안이었다. 석방 후 즉시항고나 보통항고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즉시항고는 구속 취소 효력 집행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건데, 석방 후에는 이미 구속 취소 효력이 발생해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항고는 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결국 대검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즉시항고와 석방, 두 선택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특수본은 구속기간 계산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은 형사소송법에 명백히 반해 즉시항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검 지휘부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했지만 즉시항고 후 위헌 판단을 받을 경우 재판 공소유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구속 유지 여부에 대한 재판 효력이 검찰 불복으로 좌우되는 건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된다는 취지다. 대검에선 판단 취지를 고려할 때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됐다.
지난 2015년 국회에선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규정을 삭제하는 형소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당시 김주현 법무부 차관(현 민정수석)은 “헌재 결정이 구속 취소에도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규정 삭제에 반대했다. 수사팀에서도 즉시항고 규정이 남아 있는 만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다만 대검은 대부분 형사소송법 주석서에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사건 재판에 미칠 영향도 고려됐다. 만약 윤 대통령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이면 헌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내란 사건 재판이 중단된다. 이런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나오면 공소유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즉시항고하면 윤 대통령 측이 다툴 것이 뻔한데 헌재에서 위헌 판단이 나오면 정말로 큰일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심 총장은 결국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공소유지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야권에선 심 총장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에선 내부 법리 검토를 충분히 거쳐 내려진 석방 결정이었기에 심 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