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인근 주유소 등의 폐쇄를 추진하기로 했다. 헌법재판관들도 행보에 신중을 기하면서 한 재판관은 아들 결혼식의 불참까지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주유소·공사장 등에 시위대 접근을 막는 방안을 논의했다. 선고 결과에 따라 흥분한 시민들이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선고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재판관들은 사실상 매일 비공개 평의를 열고 숙의를 이어가고 있다. 헌재는 평의 내용이 외부로 새어 나가는 일을 막기 위해 재판관 회의실에 도·감청 장비를 설치하는 등 보안에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관들이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어디까지 증거로 채택할지 등을 놓고 고심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엔 비상계엄 관련자들 검찰 조서 등이 증거 채택돼 있는데 이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낸 수사기록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역시 윤 대통령 본인 사건의 수사기록은 헌재에 내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관련해 국회 측 대리인단이 비실명 공소장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이마저도 공식 수사기록이 아니라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따른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 평가다.
재판관들도 외부 시선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정형식 재판관의 장남은 8일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정 재판관은 아들 결혼식에 불참하는 방안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재판관은 탄핵심판 등 상황을 고려해 결혼식에 불참해야 하는 건 아닌지 등을 최근 재판관 평의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재판관은 고심 끝에 혼주로 참석했고, 다른 재판관들도 하객으로 식장을 찾았다. 정 재판관은 헌재 연구관 등에게 결혼식 일정을 따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송태화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