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월보다 34.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대출 규제가 느슨해지고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적어지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등 서울 집값도 들썩이고 있어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2월 5대 은행의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7조4878억원으로 전월(5조5765억원)보다 34.3% 불었다. 전월 대비 증가율로 보면 지난해 4월(34.8%) 이후 가장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기준금리와 함께 가산금리가 내려온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부 풀리면서 대출 상담도 크게 늘고 있다”며 “상담이 대출로 실행되기까지는 최소 한 달이 걸리므로 당분간 신규 주담대 증가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책 대출 비중이 줄고 은행 자체 재원 대출이 늘고 있다. 정책 대출은 정부가 저소득자·신혼부부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실수요자들에게 저리로 지원하는 대출이다. 정책 대출 비중이 낮아졌다면 고가 주택, 2주택 이상 보유 등 투자 목적의 대출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5대 은행의 주택구입자금 목적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정책 대출 비중은 지난해 12월 54.6%에 달했으나 지난 1월 44.0%로 내려온 뒤 지난달엔 36.6%까지 떨어졌다. 은행권은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는 7월 전까지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낮춘 데 이어 연내 1~2회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며 이자 부담은 더욱 줄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주택구입자금·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10년물 지표금리 상품 한정) 금리를 0.10% 포인트씩 낮추고 7개 신용대출 상품에는 0.10~0.20%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하나은행도 10일부터 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혼합형 금리)의 가산금리를 0.15% 포인트 내리며, NH농협은행은 지난 6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0% 포인트 낮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주택 매수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4%로 전주(0.11%) 대비 0.03% 포인트 올랐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