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격렬해지면서 일부 시위대가 현장 경찰을 ‘역채증’해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경찰 태도가 기분이 나쁘다’ ‘머리 스타일이 중국인 같다’ 등의 이유로 경찰의 얼굴과 이름, 소속을 유튜브 영상이나 SNS 등에 무분별하게 공개한다. 시위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들은 9일 “좌표가 찍힐까봐 적극적인 업무 수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열린 탄핵반대 시국선언 당시 ‘경찰에 폭행당해 치아가 깨지고 입술이 찢어졌다’는 영상이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유튜버는 경찰이 들고 있던 확성기에 입술을 잘못 맞은 뒤 경찰의 얼굴과 함께 이름과 소속, 직책까지 모조리 공개했다. 영상은 실시간으로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퍼졌다. 이어 “딱 보니 (중국) 공안이다. 얼굴을 때리고 싶다”는 근거 없는 비난·조롱과 “국민신문고, 대검찰청에 신고했다”는 식의 공격이 계속됐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선 경찰서 소속 경찰이 집회 참가자에게 반말했다는 내용으로 지난달 23일 올라온 유튜브 영상에서도 경찰의 개인신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엔 한 참가자가 시위 해산을 요구하던 경찰에게 “니가 ××과장이야”라고 묻자 경찰이 “알아서 뭐하시게”라고 답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반말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이 경찰의 신상을 공개했다. 해당 경찰서엔 일반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항의전화와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도 해당 경찰을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달 25일 헌재 앞의 한 시위대는 “저 사람이 반말한 경찰 아니냐. 왜 아직도 경찰 하고 있느냐”며 외쳤고, 다른 시위대도 “(중국) 공안인지 확인해야 한다. 저 사람 내쫓으라”며 항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 전 언행을 유의하라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영상에 얼굴이 찍히고 비난받는 상황에 경찰관들이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위대의 경찰 공격을 ‘사적 제재’로 규정하면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위대도 집회 관리를 위해 채증이 가능하지만 채증 자료가 목적과 달리 누군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사적 제재에 해당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이 적용될 수 있다”며 “경찰이 안전하고 원활한 공무집행을 할 수 있도록 관련자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