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온다… 단순 업무 맡겨 효율성 기대

입력 2025-03-10 01:03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진이 ‘올 뉴 아틀라스’(가운데)를 학습시키며 부품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몸을 일으켜 세운 건 은회색빛 몸체를 가진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었다. 로봇은 선반에서 엔진커버 부품을 꺼내고, 몸을 돌린 뒤 다시 8걸음을 이동해 수납공간에 부품을 넣었다. 물건이 선반에 잘못 끼워져 제대로 들어가지 않자 주먹으로 밀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는 이렇게 반복적으로 인간의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이 같은 내용의 아틀라스 학습 과정을 공개했다고 9일 밝혔다. 아틀라스가 입력받은 부품의 모양과 위치 데이터 등을 수집해 스스로 작업할 수 있도록 연구진이 학습시키는 모습이 영상에서 다뤄졌다.

아틀라스는 올해 연말쯤 현장 업무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 생산 거점에 시범 적용한 뒤 다양한 테스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되면, 다른 작업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동시에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치열하다. 테슬라는 2021년 최초로 옵티머스를 공개한 이후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올해 옵티머스 1만대 생산을 목표로 잡은 테슬라는 자사 공장에 투입해 단순 노동을 대체하고, 내년부터는 기업들을 상대로 외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BMW는 미국의 스타트업 피규어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피규어 02’를 공장에 투입해 시험하고 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와 비야디(BYD)는 지난해부터 자국 기업인 유비테크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워커S’를 실증 중이다.

자동차업계가 휴머노이드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래 차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제조공정의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기대하는 지점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4억3000만 달러(약 3조5230억원)에서 2032년에는 660억 달러(약 95조6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로봇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로봇 플랫폼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미래로봇추진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고 자회사 편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장에 투입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능·성능은 수준 차이가 크고 수행하는 작업 역시 대부분 기본적인 수준이지만, 고도화를 통해 활용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