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글로벌 사우스 수출 비중 약 30%… 美 18.7% 中 19.5%에 견줄 만해

입력 2025-03-11 00:04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사우스는 미국발 ‘관세 전쟁’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에도 중요한 지역이다. 최근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언급했는데, 핵심 지역이 글로벌 사우스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수출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개별 국가가 아님을 감안해도 미국(18.7%) 중국(19.5%)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비중이다. 편중된 무역 구조에서 정부가 탈출구로 글로벌 사우스를 꼽은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국내 기업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1월 중순부터 ‘수출투자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 달간 진행한 상담 1673건 중 270건이 글로벌 사우스 지역 관련 대체 시장 발굴 문의였다. 코트라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으로 새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중앙아시아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고, 인도의 경우 자동차·부품·철강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사우스로 눈을 돌리면서 해당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여기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자국 보호주의로 선회하면서 진입 장벽은 더 높아졌다. 태국의 경우 아세안(ASEAN)의 전기차 생산 허브화 정책을 추진 중이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남아의 제조업 허브로 거듭나겠다며 ‘메이크 인 인디아’, ‘메이크 인 파키스탄’ 정책을 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확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우호적인 정책,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인도 아프리카 등 중앙·지방 정부가 공공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인 국가를 대상으로 인프라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코트라의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적 중요성 투자 협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한국의 ODA는 증가세지만, 2022년 기준 28억 달러(약 4조원)에 그친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0.17%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이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공백이 남아 있다”며 “한국이 ODA, 금융 협력 등을 통해 입지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사우스 국가 중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있으면서도 경제 규모가 큰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4개국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통상 협력·프로젝트와 연계해 수출 기회를 발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수출 지원 기관 해외 거점을 14개소 신설·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48조원이었던 글로벌 사우스 지역 무역 보험도 올해 5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