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트럼프 지지자들의 후회

입력 2025-03-10 00:40

이민자 추방과 관세 정책 등으로 연일 전 세계를 뒤흔들어놓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그의 국내 지지자들에게도 충격을 안겨 주는 듯하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후회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이민자 추방 후 일손 부족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는 농장주들, 관세 폭탄의 여파로 물가가 오르고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아우성치는 투자자들, 연방 정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량 해고된 뒤 분노하는 이들의 사연이 앞다퉈 소개됐다. 정책의 완급 조절을 주문한 지지자가 있었고, “트럼프가 1930년 대공황을 촉발했던 25% 관세법을 추진할 정도로 어리석은 줄 몰랐다”며 SNS에 직설을 날린 기업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보도들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한달 여 만에 소폭 하락했지만 1기 집권기(2017~2021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지지율은 45%(이하 갤럽)로 시작해 임기 말 34%로 끝났다. 올해 취임 초 지지율은 47%였으며, 최근 조사에서는 45%였다. 공화당원들의 지지율은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의 후회가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질 만큼 확산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유권자들이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후회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 52%(이하 한국갤럽)에 달했으나 비상계엄을 발동한 지난해 12월에는 11%까지 추락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한 2년 반 동안 지지를 후회한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후회는 인간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감정이지만 후회하는 능력 때문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다’는 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진단(‘후회의 재발견’)이다. 안타까운 것은 유권자들이 후회하더라도 처음과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하려면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