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 5일은 도시, 나머지 2일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5도2촌’ 라이프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모듈러주택이 뜨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집의 건축물 각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한 후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공법이다. 모듈러주택이 정부의 부동산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도 주목받으면서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전용면적 85㎡(25.7평) 이하로서 공시가격 3억원(수도권 5억원) 이하인 비아파트 보유자는 주택 수 산정 시 모듈러 주택을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또 청약 시에도 무주택자로 인정된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전체 구조의 80%가량이 제작돼 배달되기 때문에 건축 분야의 비전문가도 큰 문제 없이 조립 시공할 수 있다.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기업들도 관련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모듈러주택 ‘스마트코티지’를 상업화하고 SM엔터테인먼트를 첫 기업 고객으로 확보했다. 스마트코티지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히트펌프 냉난방공조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가전을 기본옵션을 갖추고 있다. 지붕에 부착하는 태양광 패널은 필요한 에너지 상당량을 자체 생산한다.
LG전자에 따르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 실시를 기점으로 스마트코티지의 사전예약 홈페이지 방문객은 이전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특히 경기도 외곽, 강원도, 충남 등 수도권과 가까운 부지에 대한 설치 문의가 급증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프리미엄 가전이 모두 갖춰진 전원주택을 구매할 수 있어 은퇴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크게 느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내 최대 모듈러 건축물 제작 회사인 유창이앤씨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공간의 형태와 목적에 따라 맞춤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프로’와 시스템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약 4200종의 스마트싱스 연동 기기를 모듈러 건축물에 적용할 방침이다.
양사가 건축 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모듈러주택이 ‘토탈 공간 솔루션’을 이룰 수 있는 하드웨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주택 안에 자사의 프리미엄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설치하고, 앱으로 모든 기기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홈 AI’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행복주택 일부가 모듈러주택으로 지어지고 있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며 “궁극적으로 전자 기업들의 미래 기술 총체가 이 공간 안에서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듈러주택 시장은 실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2022년 1757억원에서 2023년 8000억원을 넘어섰고, 오는 2030년에는 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