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시 성장 양분은 양호한 투자 접근성·안정성”

입력 2025-03-09 19:01
아시스쿠마르 차우한 인도국립증권거래소 매니징디렉터(MD)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도 증시 성장 이유로 인도 경제의 높은 시장 신뢰도와 투자자 접근성, 거시경제 성장을 꼽았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 제공

인도는 국내보다 주식 매매 대금이 하루 일찍 입금된다. 주식 매매 이후 2거래일이 지나야 대금이 결제되는 ‘T+2’ 제도를 유지하는 한국과 달리 ‘T+1(익일 결제)’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투자자 보호는 물론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국내는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T+2’에서 ‘T+1’로 바꿨다. 인도는 2023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T+1을 도입했다.

아시스쿠마르 차우한(Ashishkumar Chauhan)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 매니징 디렉터(MD)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인도 증시 활성화 비결로 투자자 접근성·안정성 증가를 들었다. 차우한 CEO는 “2023년 1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T+1 결제 체제로 전환했고 제한적으로 T+0(당일 결제)으로 전환을 했다”며 “기관 운영 효율성은 물론 투자자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결제일을 앞당기면 투자자가 빨리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신용거래 이후 주가 급락으로 인한 반대매매 위험이 줄어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된다.

차우한 CEO는 인도증권거래소 창립 멤버로 인도 최초의 모바일 거래 도입, 중소기업 상장, 니프티 지수 설계 등 인도 증시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인도 개인 투자자는 자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경제 성장에 따라 주가지수가 올라 돈을 번 경험 때문이다. 투자자 지원을 위한 펀드도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다. 차우한 CEO는 “2월 25일 기준 개인 투자자 보호 펀드(IPF, Investor Protection Fund)를 2억7700만 달러(약 400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투자자가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볼 경우 법적 대응을 위한 일부 비용을 지원한다. 인도증권거래소는 또 결제 시스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결제 보증 펀드(CCPT, Core Settlement Guarantee Fund)도 13억4000만 달러(약 1조940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인도 증시가 개인투자자를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차우한 CEO의 생각이다. 그는 “인도증권거래소에 등록된 투자자는 2020년 1월 3010만 명에서 올해 1월 1억1000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며 “투자자들의 중위 연령대는 32세로, 이들이 우리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18.2%를 보유하면서 시장이 더욱 성숙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성장성 측면에서 완만하다고 말했다. 차우한 CEO는 “인도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삼성과 LG, 현대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존재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한국 증시는 인도 증시보다 완만한 성장세이고, 이는 두 나라의 거시경제 성장 궤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