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국내보다 주식 매매 대금이 하루 일찍 입금된다. 주식 매매 이후 2거래일이 지나야 대금이 결제되는 ‘T+2’ 제도를 유지하는 한국과 달리 ‘T+1(익일 결제)’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투자자 보호는 물론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국내는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T+2’에서 ‘T+1’로 바꿨다. 인도는 2023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T+1을 도입했다.
아시스쿠마르 차우한(Ashishkumar Chauhan)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 매니징 디렉터(MD)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인도 증시 활성화 비결로 투자자 접근성·안정성 증가를 들었다. 차우한 CEO는 “2023년 1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T+1 결제 체제로 전환했고 제한적으로 T+0(당일 결제)으로 전환을 했다”며 “기관 운영 효율성은 물론 투자자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결제일을 앞당기면 투자자가 빨리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신용거래 이후 주가 급락으로 인한 반대매매 위험이 줄어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된다.
차우한 CEO는 인도증권거래소 창립 멤버로 인도 최초의 모바일 거래 도입, 중소기업 상장, 니프티 지수 설계 등 인도 증시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인도 개인 투자자는 자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경제 성장에 따라 주가지수가 올라 돈을 번 경험 때문이다. 투자자 지원을 위한 펀드도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다. 차우한 CEO는 “2월 25일 기준 개인 투자자 보호 펀드(IPF, Investor Protection Fund)를 2억7700만 달러(약 400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투자자가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볼 경우 법적 대응을 위한 일부 비용을 지원한다. 인도증권거래소는 또 결제 시스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결제 보증 펀드(CCPT, Core Settlement Guarantee Fund)도 13억4000만 달러(약 1조940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인도 증시가 개인투자자를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차우한 CEO의 생각이다. 그는 “인도증권거래소에 등록된 투자자는 2020년 1월 3010만 명에서 올해 1월 1억1000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며 “투자자들의 중위 연령대는 32세로, 이들이 우리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18.2%를 보유하면서 시장이 더욱 성숙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성장성 측면에서 완만하다고 말했다. 차우한 CEO는 “인도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삼성과 LG, 현대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존재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한국 증시는 인도 증시보다 완만한 성장세이고, 이는 두 나라의 거시경제 성장 궤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