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지원을 중단하자 러시아의 공세가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날 밤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에서는 러시아의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습으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긴급구조대가 도착하자 이를 표적으로 삼아 또 다른 공격을 시작했다”며 “이런 공격은 러시아의 목표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도네츠크 내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또 하르키우와 오데사 등에서 민간인과 에너지 인프라를 향한 공습이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의 가차 없는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우크라이나와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무기 지원을 보류시킨 뒤 더 심해졌다”면서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게 적의 미사일 공격을 알리는 경보 시스템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하고 있던 러시아 쿠르스크주 일대에서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북한군과 드론의 활약으로 지난해 상실한 쿠르스크 영토의 3분의 2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드론 등 현대전 무기에 고전하던 북한군이 전술을 개량하며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르스크 지역의 우크라이나 통신부대 지휘관인 올렉세이는 “러시아는 우리를 쓸어버리고 있다. 50명의 북한군이 무리를 지어 진격해 오는데 우리 병력은 6명뿐”이라며 “그들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몰리자 유럽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에서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밤”이라며 “누군가 야만인을 달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사실상 트럼프를 저격했다. 투스크 총리는 전날 의회 연설에선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