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윤 대통령은 결과에
승복하고 분열 조장 말아야
헌재, 국민 납득할 결정문 내길
승복하고 분열 조장 말아야
헌재, 국민 납득할 결정문 내길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52일 만에 석방됐지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선고기일로 이르면 이번 주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평의가 길어지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헌재 선고를 늦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도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법원 결정이 헌법재판관들의 의식이나 사고에 일말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언급하는 법조인들도 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대통령 구속 취소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는데, 재판관들이 ‘대통령이 당연히 탄핵돼야 하는지’ ‘절차적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는 법조인들도 결과 전망에선 대부분 파면 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다. 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가 위법했다고 직접 판단한 건 아니다. 설령 수사가 위법했다 해도 애초 헌재에 공수처 기록이 제출된 게 없다. 법적으론 연관이 없는 별개의 절차다. 절차의 공정성이야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헌재 절차에 결정적 위법이 있거나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선례에 어긋나는 점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권에서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진술 신빙성 문제를 연일 제기한다.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헌재가 채택하는 게 위법인지 아닌지를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애초 국회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호와 국회에 군을 투입해 통제하려 한 것부터가 중대한 위헌·위법이고, 군 관계자들의 각종 국회 회의록 증언이 있는 이상 무의미한 논란이라는 법조인들이 상당수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비상게엄 선포와 군 투입이 전부 생중계됐고, 관계자들 영상 인터뷰도 많지 않으냐”고 했다.
재판관들이 애초 탄핵 기각을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든 야당의 반발이 극심하다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을 투입해도 탄핵당하지 않게 된다. 성공하면 대통령 독주 체제가 가능해지고, 실패하면 ‘야당의 폭주를 알리기 위한 평화적 계엄이었다’고 어물쩍 넘어가는 게 가능해진다. 헌재가 이런 상황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절차적 논란은 결국 헌재 선고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는 데 변수는 될 수 있어도 결정의 큰 방향성에 변수는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탄핵소추가 기각돼도 윤 대통령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다.
탄핵심판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권이 승복하고 더 이상 분열을 조장하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나오면 승복하고 형사 재판에 집중하고, 기각 결정이 나온다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헌재도 마지막까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문을 내놓을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비교적 쟁점이 간단한 탄핵심판 사건들을 먼저 처리하고 대통령 사건을 숙고했다는 외관을 갖추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재판관 2명의 임기 만료 시점이 4월 18일인데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형사소송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난맥상 역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형사사법 체계를 함부로 흔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공수처 기능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포함해 관련법 개정에 여야가 형사사법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건 때부터 매번 논란의 빌미가 된 수사기관의 기록 제출, 형사소송법 준용과 관련된 헌재법 규정도 더 명확하게 다듬어야 한다. 사회적 혼란의 원인이 된 각종 법 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탄핵심판 결과보다 중요한 일이다.
나성원 사회부 법조팀장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