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손든… 머스크 리스크

입력 2025-03-09 18:55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인자’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사진)가 점점 공화당에 부담이 되고 민주당에는 반격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억만장자인 머스크가 좌충우돌하며 밀어붙이는 정부 예산 삭감과 공무원 감축이 국민들에게 점차 반감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머스크가 공화당을 긴장시키고 민주당에 새로운 표적을 제공하고 있다”며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는 연방정부 프로그램과 공무원 일자리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대중적으로 비인기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공화당 공격 소재로 머스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메시지는 단순하다. 머스크와 억만장자들이 정부를 장악해 국민의 돈을 훔쳐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것은 사실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외곽 단체가 최근 제작한 광고는 머스크가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전기톱을 들고 정부 예산 삭감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화당이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의료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를 때리는 광고마다 머스크를 등장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머스크가 미국민에게 비호감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화당 의원들도 머스크가 주도하는 예산 삭감의 정치적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셸리 무어 캐피토 상원의원은 “우리 주(웨스트버지니아)에선 항상 일자리와 경제가 문제”라며 “누군가 일자리를 잃을 때마다 집권하고 있는 사람에게 정치적 위험이 따른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 피로도’는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지난달 말 공영라디오 NPR 등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머스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답했고, 긍정적 평가는 39%에 그쳤다.

트럼프도 머스크에게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각료회의에서 머스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공무원 감축 문제로 충돌하자 “이제부터 장관들이 책임을 지고, 머스크 팀은 조언만 할 것”이라고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도끼’보다 ‘메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그동안 머스크의 업무 추진을 전폭 지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미묘한 기류 변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