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사가 장례식 치르러 부임한다.’ 2000년 1월, 37세의 나이로 미국 시애틀형제교회에 부임한 권준(62) 목사가 당시 듣던 이야기다. 그 시절 성도 수 200여명, 평균 연령 60세였던 형제교회가 처한 한계상황에 빗댄 것이었다. 25년 지난 현재 이 교회 성도들의 평균 연령은 40세로 낮아졌고, 성도 수는 3500여명으로 ‘시애틀 최대 한인교회’가 됐다.
지난 4일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권 목사와 권명원(62) 사모는 “이런 변화엔 다음세대를 위한 과감한 선택과 이를 따라준 기성세대 성도들의 섬김과 희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목사는 부임 7개월 차에 다음세대가 뛰어놀 공간이 없는 교회 상황을 보고, 대성전 예배당의 장의자를 모두 치우고 그 자리를 체육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이들이 농구 피구 등 활동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 교회에선 어른들이 예배드릴 때마다 600~700개 의자를 들고 와 세팅하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면서 “번거로울 수 있지만 우리 교인 모두 자녀들을 위하는 기쁜 마음으로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 때 청년들이 좋아하는 최신 복음성가를 함께 부르는 것도 다음세대를 위한 노력이다. 권 목사는 “모르는 찬양을 익히고 부르는 게 어른들에게는 사실 어렵고 불편한 일인데, 교인들이 자녀세대를 위한 감사한 변화로 수용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지난해엔 교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대인 주일 정오, 3부 예배를 한국어 예배에서 영어 예배로 전환했다. 권 목사는 “새로 이민 오는 한인이 줄어드는 한편, 미국에서 자라난 한인 2, 3세는 영어가 더 편한 영어권 회중”이라며 “이들을 건강하게 세워야 한인교회에도 미래가 있다고 판단해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교회의 노력을 청년들도 피부로 느낀다. 한 청년은 “늘 ‘부모님 교회를 따라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형제교회는 ‘나의 교회’ ‘내가 다니는 교회’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이민사회가 불안한 가운데 이런 형제교회 모델을 참고하려는 한인교회도 늘고 있다. 권 목사는 이를 위해 오는 5월 ‘교회 세우는 교회’를 주제로 ‘2025 시애틀 형제교회 콘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2007년 시작된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이번에 재개된다. 권 목사는 “미국에서 사역하는 한인교회를 대상으로 해 온 행사지만 다음세대 부흥에 관심이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를 위해 줌 참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