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을 체육관으로… 장의자 없애니 아이들 뛰놀아”

입력 2025-03-10 03:04
권준(왼쪽) 목사와 권명원 사모가 지난 4일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와 교인들의 섬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젊은 목사가 장례식 치르러 부임한다.’ 2000년 1월, 37세의 나이로 미국 시애틀형제교회에 부임한 권준(62) 목사가 당시 듣던 이야기다. 그 시절 성도 수 200여명, 평균 연령 60세였던 형제교회가 처한 한계상황에 빗댄 것이었다. 25년 지난 현재 이 교회 성도들의 평균 연령은 40세로 낮아졌고, 성도 수는 3500여명으로 ‘시애틀 최대 한인교회’가 됐다.

지난 4일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권 목사와 권명원(62) 사모는 “이런 변화엔 다음세대를 위한 과감한 선택과 이를 따라준 기성세대 성도들의 섬김과 희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목사는 부임 7개월 차에 다음세대가 뛰어놀 공간이 없는 교회 상황을 보고, 대성전 예배당의 장의자를 모두 치우고 그 자리를 체육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이들이 농구 피구 등 활동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 교회에선 어른들이 예배드릴 때마다 600~700개 의자를 들고 와 세팅하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면서 “번거로울 수 있지만 우리 교인 모두 자녀들을 위하는 기쁜 마음으로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 때 청년들이 좋아하는 최신 복음성가를 함께 부르는 것도 다음세대를 위한 노력이다. 권 목사는 “모르는 찬양을 익히고 부르는 게 어른들에게는 사실 어렵고 불편한 일인데, 교인들이 자녀세대를 위한 감사한 변화로 수용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지난해엔 교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대인 주일 정오, 3부 예배를 한국어 예배에서 영어 예배로 전환했다. 권 목사는 “새로 이민 오는 한인이 줄어드는 한편, 미국에서 자라난 한인 2, 3세는 영어가 더 편한 영어권 회중”이라며 “이들을 건강하게 세워야 한인교회에도 미래가 있다고 판단해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교회의 노력을 청년들도 피부로 느낀다. 한 청년은 “늘 ‘부모님 교회를 따라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형제교회는 ‘나의 교회’ ‘내가 다니는 교회’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이민사회가 불안한 가운데 이런 형제교회 모델을 참고하려는 한인교회도 늘고 있다. 권 목사는 이를 위해 오는 5월 ‘교회 세우는 교회’를 주제로 ‘2025 시애틀 형제교회 콘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2007년 시작된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이번에 재개된다. 권 목사는 “미국에서 사역하는 한인교회를 대상으로 해 온 행사지만 다음세대 부흥에 관심이 있는 한국교회 목회자를 위해 줌 참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