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7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데는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따져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번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을 불구속 상태에서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구속기간 만료 후 구속 기소돼 위법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20일 구속취소 사건 심문기일에서 ‘구속 기간은 날(日)수가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된 시점은 지난 1월 15일 오전 10시33분으로, 예정된 구속 기한은 10일 뒤인 같은 달 24일 자정까지였다.
형사소송법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관련 서류가 법원에 접수된 날부터 다시 반환되는 날까지를 구속기간에서 빼도록 한다. 윤 대통령 사건 서류는 지난 1월 17일 오후 5시40분 서울서부지법에 접수됐다가 19일 오전 2시53분 공수처로 반환됐다. 시간으로는 33시간가량이지만 일수로는 3일이다. 공수처에서 23일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일을 더해 27일까지를 구속 기한이라고 보고 26일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구속 기간 연장 방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 “늘어나는 구속 기간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서울서부지법에 있었던 기간인 33시간7분뿐이고, 따라서 구속 기간은 26일 오전 9시7분 만료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26일 오후 6시52분쯤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는데, 법원은 약 9시간44분 동안 윤 대통령이 불법 구금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아 위법한 수사”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해석과 판단이 있기 전까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만약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을 진행할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절차적 문제 탓에 윤 대통령 혐의에 대한 실체적 판단 없이 공소 기각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절차상 문제가 있는 구속 기간내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배제되기에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법원 관계자는 “공수처·검찰에서 윤 대통령 구속 중 실질적 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입수된 증거가 거의 없는 만큼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제기되긴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 기각될 사유라고까지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부실 설계된 공수처법이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직권남용죄 수사를 통해 관련 범죄인 내란죄를 인지해 수사했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재판부는 “공수처법 등은 관련 범죄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지 절차, 공수처·검찰의 구속기간 배분 등에 관한 세부 사항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나성원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