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위법’ 법원판단에 탄핵정국 새 국면… 분열 극심해질 듯

입력 2025-03-07 19:05 수정 2025-03-07 23:39
대통령 경호 차량이 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법원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구속이 뒤늦게 ‘위법한 구금’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탄핵 정국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절차적 문제 여부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보수층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와 파면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여론의 분열과 대립도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직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보여주기식 불법 수사’가 뒤늦게나마 바로잡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우두머리 혐의 수사 자체가 불법이며, 탄핵심판 역시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가 결정될 것을 애초부터 예상하진 못했다. 이 때문에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놀랍다는 반응, 반가움의 표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가장 중요한 탄핵심판은 아직 남아 있다” “최종 판단이 있을 때까지 신중한 태도로 기다리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정 실장은 이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윤 대통령의 석방을 기다렸다. 다른 참모들도 개인적으로 서울구치소나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절차적 문제를 따지는 윤 대통령 측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수사와 헌법재판이 결론을 정해둔 신속 추구의 모습이라며 ‘내란 몰이’ ‘탄핵 공작’을 주장해 왔다. 가장 주된 지적은 윤 대통령을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체포·구속한 공수처를 겨냥해 이뤄졌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는 위법하며, 그렇게 수집된 증거에는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 자료로도 못 쓰인다는 논리였다.

법원은 이날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수사범위 등과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직권남용죄의 관련범죄라서 내란죄 수사권이 있다”는 공수처의 주장에도 “이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 고위 법조인은 “법원의 입장에서는 ‘실체는 나중에라도 판단될 여지가 있는 반면, 적법 절차 여부에 대한 판단은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결정에 대해 “관점의 전환을 위한 계기가 충분히 된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헌재가 바로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처럼 변론을 더 열어 증거 문제만큼은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