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 25% 관세 부과 유예 대상을 자동차에서 상당수 품목으로 대폭 확대했다.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에서는 ‘트럼프세션’(트럼프발 리세션)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에 대해 다음달 2일까지 관세 부과를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튿날 자동차 품목에 한해서만 한 달간 관세를 면제했었다. 다시 하루 만에 면세 대상을 USMCA 적용 품목으로 늘리면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상호관세다. 대부분 관세는 4월 2일에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도 상호관세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조정 대상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니다. 그것은 다음 주에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예정대로 오는 12일부터 부과된다는 얘기다.
캐나다·멕시코와의 ‘관세 전쟁’이 한 달이나 미뤄졌지만, 자산시장은 요동을 쳤다.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1%나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2월 최고점 대비 10% 넘게 밀린 1만8069.26에 마감하면서 기술적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물가 상승과 경기 후퇴가 발생하는 ‘트럼프세션’ 우려가 자산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다 정책 일관성까지 사라지자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심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는데, 암호화폐 시장도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산시장 내림세에 대해 “나는 시장과 관련이 없다. 시장을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다른 국가의 관행이 미국 경제와 국민에 해를 끼치는 한 미국은 대응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해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멍청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도 그처럼 하겠다’고 말한다면 (해당 국가에 대한) 관세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